“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17세 고등학생 한유정은 하교 후 평소처럼 혼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CCTV에는 그녀가 타는 장면도, 층을 올라가는 장면도 분명히 찍혀 있었다. 그런데 딱 6분 43초 동안 영상이 끊겨 있었고, 그 시간 동안 누가 타거나 내린 기록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영영 사라졌다.
평범했던 하교길
2022년 11월 2일 오후 5시 18분.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단지.
고등학교 1학년 학생 한유정(17)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단지 내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을 산 뒤, CCTV에는 그녀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장면이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출발해 그녀가 사는 15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15층 도착 알림음이 울린 시간은 오후 5시 19분 54초.
하지만 15층 복도의 CCTV엔 그녀가 내리는 장면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이후, 5시 26분까지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지 않았고,
승강기 안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사라진 시간 – 6분 43초
보안업체는 승강기 CCTV를 분석했다.
그리고 영상 중간 6분 43초 구간이 통째로 손상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화면은 그대로 멈춰 있었고,
시간 코드만 5초 단위로 건너뛰며 비정상적으로 흘러갔다.
- 유정이 타는 장면까지는 정상
- 15층 도착 직전, 화면이 끊기기 시작
- 6분 43초 후, 화면 재개 → 엘리베이터는 텅 비어 있었음
- 버튼 로그: 유정 이후 아무도 층 선택을 하지 않음
즉,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가 사라졌지만, 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탑승 기록도 없었다.
이상한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경찰은 단지 내 엘리베이터 전체 시스템을 조사했고,
놀랍게도 1년 전에도 같은 시간대에,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유사한 로그 오류가 있었던 기록을 확인한다.
그 당시에는 아무런 사건도 없었지만,
"어떤 사람이 승강기 안에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5분 뒤 다른 층에서 깨어났다는 신고"가 있었다.
그리고, 더 오래된 관리일지를 뒤지던 경비원은
2006년 당시 단지 입주 초기에 있었던 ‘유령 승강기 소문’을 떠올렸다.
“밤 10시만 되면, 아무도 안 타는데 15층에서 1층까지 자동으로 움직였어요.
그걸 찍은 CCTV가 있었다는데, 회사가 바뀌면서 다 지워졌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사건 이후 한 달간 경찰과 민간 수색팀이 단지를 샅샅이 뒤졌지만,
유정의 휴대폰, 옷, 소지품,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포렌식 전문가들은 영상 속 프레임 중
단 0.5초짜리 오류 프레임 하나를 복원했고,
그 속엔 어두운 엘리베이터 벽면에 누군가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손의 크기와 모양은 유정과 일치하지 않았고,
지문이 남지 않은, 마치 유리 위에서 안쪽에서 찍은 듯한 번짐 형태였다.
그리고 복도 반대편 CCTV엔
그날 밤, 15층에서 한 번도 살지 않은 남성의 실루엣이 스치듯 찍혀 있었다.
15층의 다른 기록
15층은 평범한 가정 세대가 모인 층이었다.
하지만 유정이 실종된 이후 이웃 주민들은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가끔 15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누가 속삭이듯 ‘거기 있지?’라는 목소리 같은 거요.”
“엘리베이터 버튼이 혼자 눌려 있었던 적도 있어요.
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15층 버튼만… 계속 깜빡이더라고요.”
그날 이후, 유정의 집에서는
엘리베이터 도착음을 흉내 내는 알 수 없는 소리가 가끔씩 들렸다고 한다.
다음은?
한유정은 지금도 실종 상태다.
그녀의 실종 기록은 경찰청 장기 실종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으며,
실종 당시 입고 있던 교복은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확히 같은 오염 형태’로 판매되었다가 삭제된 이력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사건 1년 후,
그 엘리베이터는 교체되었다.
그러나 교체 당일 새 엘리베이터가 처음 멈춘 층은… 다시, 15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