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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제사건] 마석 철길 위의 남자, 그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by beermonster 2025. 4. 8.

누군가 철로 위에 있었다.
그는 말이 없었고, 지갑도 없었고, 누구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마석에서 시작된 미스터리, 그의 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2000년대 초, 신원을 끝내 밝히지 못한 한 남자의 죽음

새벽의 신고, 철길 위의 변사체

2003년 3월 12일, 경기도 가평군 마석역 인근. 새벽 4시 40분경, 출근하던 철도 보안요원이 마석~청평역 구간의 선로 위에서 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철로 한가운데 누운 채 열차에 치인 흔적이 있었고, 신체는 일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자살로 여겨졌다. 사고 장소는 외딴 시골길과 이어진 선로였고, 인적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곧 드러났다.

시신에서 신분증, 지갑, 휴대폰 등 어떤 신원 확인 수단도 나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옷은 평범한 정장 상의에 트레이닝 바지. 조합이 매우 어색했다.

손톱 아래에는 흙과 긁힌 흔적이 있었고, 왼쪽 손등엔 오래된 흉터가 선명했다.

신체 외상에 비해 신발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정적인 단서가 부족했다. 시신은 이미 상태가 나빠졌고, 지문은 훼손되어 판독 불가,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국의 미제사건] 마석 철길 위의 남자, 그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한국의 미제사건] 마석 철길 위의 남자, 그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찾지 않은 사람

보통 변사체가 발견되면, 가족이나 지인이 실종 신고를 했는지부터 대조 작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그 어떤 실종 신고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DNA를 국내 등록 자료와 대조 → 일치 없음

군 복무 여부 조회 → 기록 없음

병원 진료 기록 조회 → 없음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이나 언론을 통해 ‘신원 미확인 변사체 발견’ 공지를 수차례 했음에도, 단 한 명도 “그를 안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다.
경찰은 그를 ‘철도 변사 남성’, 혹은 ‘마석 익명 남자’라 불렀고, 수사기록엔 간단히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었다.

그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을지도,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을까?

 

자살인가, 타살인가?

수사 초기 경찰은 “철도 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것 같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몇몇 정황은 쉽게 설명되지 않았다.

신발 바닥이 마모되지 않았다는 것은 걷거나 뛰지 않았다는 의미

철로 인근 흙길에서 끌린 자국 발견

피해자의 정강이에서 무언가에 묶였던 듯한 압흔 확인

현장을 조사한 한 민간 감식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스스로 걸어서 철로에 누운 흔적이 아닙니다. 누군가 그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면 왜 철도 위에 놓았을까?
사체를 숨기기 위함? 혹은 신원 확인을 방해하려는 목적?
경찰은 이 사건을 ‘불확실한 외력 개입’이 있는 의문사로 보고 사건을 장기 미제로 분류했다.

 

이상한 사진 한 장

사건 발생 후 6개월 뒤, 마석역 근처 한 슈퍼마켓의 점주가 경찰서를 찾아왔다.
그는 말했다. “그 날 전날 밤, 마른 남자가 와서 담배를 사갔는데, 얼굴이 이상하게 긴장돼 있었어요. 다음날 사건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요.”

그가 제공한 CCTV 화면 속 인물은, 변사자의 얼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키와 체형, 머리 모양이 유사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영상에는 남성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검은 옷의 인물이 함께 포착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후 슈퍼마켓 CCTV가 원인 불명의 고장으로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원본을 복구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그 영상은 단 한 장의 캡처만 남아 전해졌다.

 

기록 너머의 존재


이 사건이 특이한 이유는, 그를 증명할 아무런 사회적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병원, 관공서, 은행, 통신사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신분을 지우고 만든 사람’처럼, 완벽하게 공백 상태였다.

아니면, 정말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한 사람이었을까?

2006년, 한 방송사에서 이 사건을 재조명했지만 제보는 단 한 통도 없었다.
경찰은 결국 시신을 무연고자 묘지에 매장했다. 묘비에는 이름 대신, 발견 장소와 일자만이 새겨졌다.

 

사라진 이름, 잊힌 존재

지금도 가끔,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사건을 기억하는 글이 올라온다.
누군가는 “나도 마석 근처에서 이상한 사람을 봤다”,
또 누군가는 “그 남자가 내 옛 친구를 닮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제보도, 그를 완전히 밝혀내진 못했다.

그는 여전히 이름 없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