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비어 있어야 했다. 모두 이사 가고, 철거 확정까지 내려진 구역. 그런데 밤마다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은 17번지에서 불이 켜졌다. 전기는 끊겼고, 창문은 깨져 있었으며, 출입문은 오래전 용접되어 봉인된 상태였다. 그 안엔 아무도 없었다. 그럼, 그 불은 누가 켠 걸까?
철거지구의 이상한 집
2022년 11월, 서울 은평구의 한 재개발 예정 지역.
총 98가구가 살던 이 지역은 정비사업 승인이 떨어지며 전세대가 퇴거 완료되었고,
철거 전 최종 확인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던 중, 철거업체 현장대리인이 야간 순찰 도중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모든 집은 폐쇄됐고 전기가 끊긴 상태였는데,
유일하게 17번지 집의 2층 창문에서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내부 침입 가능성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했고,
곧장 수색이 시작되었지만…
- 건물은 이미 문이 용접되어 외부에서 진입 불가능한 상태
- 창문은 대부분 깨져 있었고, 외벽은 철거용 붉은 스프레이가 칠해져 있었음
- 무엇보다 전기 계량기 자체가 철거되어 있어 전기가 들어올 수 없었다
그리고 내부를 조사하던 중,
현장 요원 하나가 말도 안 되는 걸 발견한다.
2층 작은 방 천장에서
형광등이 여전히 ‘미약하게 깜빡이는 상태’로 남아 있었다.
관리기록에서 사라진 주소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17번지는 분명 철거 계획서 상에도 존재하고,
구청 주택과 자료에도 주소가 명확히 등재되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공사 시행사와 시공사 내부 시스템에선 '누락된 주소'로 표시되어 있었다.
- 등기부등본상 명의인: 실거주 기록 없음 (90년대 후반 이후 공란)
- 전입기록 없음, 우편물 없음, 수도·전기 요금 내역 없음
- 주민등록상 거주 기록도 없음
즉, 그 집은
문서상 존재하지만, 실제론 아무도 거주한 기록이 없는 ‘빈집’이었다.
그럼 왜, 불이 켜졌던 걸까?
그 집을 기억하는 사람들
주변 거주민 중 일부는 그 집에 대해 오래전부터 이상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데, 베란다에 빨래가 나와 있었어요.”
“가끔… 누군가 안에서 안보이게 커튼을 젖히는 게 느껴졌어요.”
“애들이 거기 앞 지나가기 싫어했어요. ‘눈 마주쳤다’고…”
한 노인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한다.
“거기 원래 사람이 살았어요.
30년도 넘었지… 남자 하나가 부모랑 같이 살다가,
마지막엔 그 남자만 남았거든.
근데, 그 사람이 어느 날 실종됐어요.
그리고 그 뒤로는… 아무도 안 살았지.”
그 실종 기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경 지역신문의 낡은 PDF 기사엔
“은평구 주택가 실종, 단서는 빈 방 안 이상한 쪽지뿐”
이라는 제목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안쪽에서 걸려 있던 문고리
철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17번지 집을 열어보기 위해
기술자들이 문을 해체하던 중
누군가 문 안쪽에 손으로 단단히 걸어놓은 고리식 잠금장치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 문은 용접으로 이미 폐쇄되어 ‘밖에서 열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
즉, 안에 누군가 ‘살고 있었다’는 가정이 성립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루 한가운데,
낡은 형광등 아래에 놓여 있는 작은 종이 쪽지.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돌아가는 길은 하나뿐입니다.
불이 켜졌을 때는,
절대 들어오지 마세요.”
경찰은 현장을 봉인했고,
17번지는 마지막까지 철거되지 않은 채 남겨졌다.
그리고 현재, 17번지는 지도 앱에서 조회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