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난 뒤,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에선 본 적 없는 사람인데, 모두가 같은 장소, 같은 규칙, 같은 누군가를 이야기했다. 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는 지금 폐쇄되었고, 운영자는 실종 상태다.
‘공통된 꿈’을 꾸는 사람들
2020년 6월, 한 해외 인터넷 포럼에 기묘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 “이 꿈 꾼 사람 있나요?”
“모래 바닥, 나무로 된 문,
문 뒤에 깃발이 있고, 항상 똑같은 여자아이가 있어요.
그녀는 ‘돌아가려면 네 이름을 잊어야 해’라고 말하죠.”
이 글에는 며칠 사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그 중 상당수가 “나도 같은 꿈을 꿨다”,
“그 아이는 항상 나를 이름 대신 ‘여섯 번째’라고 불렀다”는 식의
일관된 진술을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밈(meme)처럼 보였지만,
몇몇 사용자들이 꿈 속의 구조를 지도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 공통점은 점점 확실해진다.
- 꿈은 항상 황혼색 하늘 아래에서 시작됨
- 중앙에 나무 문이 있으며, 주변은 미로 같은 통로
- “이름을 말하면 나갈 수 없다”는 규칙 존재
그리고 이 모든 사용자가 서로 다른 지역, 다른 언어권이라는 점이
이 커뮤니티를 더욱 기묘하게 만든다.
루시드드림 실험 ‘Project Gate’
해당 포럼은 이후 ‘게이트 프로젝트(Project Gate)’라는 이름의 폐쇄형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초기 회원들은 자신들의 꿈을 정리하고 공유했으며,
일부는 명상, 청각 유도 음원, 약물 없이 자각몽 상태에 진입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 커뮤니티의 운영자는 ‘g_Rabbit’이라는 ID를 쓰던 30대 여성으로,
전직 신경과 연구원 출신이라는 정보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그녀는 사용자들에게 매주 ‘집단 꿈 실험 시간’을 공지하고,
그 시간 동안 꿈을 꾸고 깨어난 뒤
그들이 본 것, 들은 것, 마주친 존재를 게시판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실험을 5회 이상 반복한 사용자들 중
3명은 계정을 삭제한 뒤 연락이 끊겼고,
2명은 “현실과 꿈이 겹친다”는 글을 남긴 뒤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잊으면 돌아갈 수 있다’
운영자 g_Rabbit은 실험 6주 차에 이런 공지를 올린다.
“이제부터 ‘본인의 이름’을 꿈속에서 말하지 마세요.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존재가
당신을 이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당신을 기억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운영자는 커뮤니티에 자신이 직접 그린 꿈의 지도를 업로드한다.
- 가운데는 검은 구덩이
- 그 주변을 둘러싼 아홉 개의 문
- 마지막 하단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다. 기억을 버려야 나갈 수 있다.”
그게 커뮤니티에 올라온 마지막 글이었다.
이후 사이트는 비정상적인 트래픽 증가와 함께 도메인 접속 불가 상태로 전환되었고,
운영자 역시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 꿈을 꾼다
이 사건은 이후 해외 다큐 채널과 팟캐스트에서 소개되었고,
일부는 이를 단순한 사이버 괴담이라 여겼지만,
2021년과 2022년에도 같은 꿈을 꿨다는 사람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 여자아이, 아직도 거기 있어요.”
“이번엔 제가 ‘다섯 번째’라고 불렀어요.”
“문을 열면 안 되는 걸 알았는데, 열었어요.”
“깨어났는데, 제 이름이 잠깐 기억나지 않았어요.”
한 연구자는 이 현상을
‘디지털 루시드 동조 현상’이라 부르며
자각몽 상태에서 공유된 인지 이미지가 무의식 중 확산됐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이 꿈을 3회 이상 꾼 사람 중 절반이 ‘밤중 깨어남 현상’과 이명, 시각 왜곡’을 경험했다는 점은
그냥 가벼운 공통 환상이라 보기엔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