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발견된 유모차 하나.
아이도, 엄마도, 휴대폰도 그대로. 단지, 사람만 사라졌다.
한강 둔치 유모차 실종 사건 – 지금도 그 자리에선 누군가를 본다.
강변엔 아무도 없었다. 단지, 그 자리에 유모차만이 남아 있었다.
한강에서 발견된 것
2021년 5월 2일, 일요일 오후 6시 20분.
서울 반포 한강공원. 날씨는 맑았고, 사람들은 피크닉과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평화로운 일상 속,
강변 자전거도로 옆 벤치 옆에 버려진 유모차 한 대가 이상하게 눈에 띄었다.
검정색에 붉은 라인이 들어간 고급형 유모차.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도, 짐도, 아무것도 없었다.
지나가던 시민이 관리소에 “잃어버린 유모차가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고,
30분 뒤 한강순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유모차는 깨끗했고, 파손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 안전벨트가 단단히 채워져 있었고,
- 시트 위에는 작은 곰인형과 젖병 하나,
- 유모차 손잡이에는 여성용 토트백이 걸려 있었다.
가방 안엔 지갑, 휴대폰, 그리고 엄마와 아기의 이름표가 붙은 병원 진료카드.
이름은 이소은, 그리고 장하율 (생후 9개월).
어딘가 사라진 두 사람
경찰은 곧장 이소은 씨(당시 33세)의 가족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남편과 별거 중이었고, 최근 아이와 함께 반포로 이사한 지 두 달째였다.
가족은 “오늘 오후 3시에 통화했으며, 아이와 산책 나간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그날 어떤 CCTV에도 그녀와 아이가 한강공원에 들어가는 장면은 남아 있지 않았다.
출입구 5곳의 CCTV, 인근 아파트 단지 통로, 버스정류장 전부 확인했지만,
두 사람은 어떤 영상에도 찍히지 않았다.
반면, 그녀의 휴대폰 위치는 오후 4시 12분까지 ‘반포 한강공원 내부’에 있었다는 기록이 확인되었다.
4시 15분 이후부터는, 전원이 꺼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시간대 가방 안의 휴대폰은 전혀 움직인 흔적 없이 가방 안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즉, 소은 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유모차에 남긴 채 사라진 것.
주변 사람들
경찰은 소은 씨의 주변 인물을 수사했다.
▪ 남편
결혼 3년 차, 현재 별거 중. 알리바이 확인됨 (직장 사무실 CCTV)
하지만 최근까지 재결합을 요구하는 연락 다수 확인,
사건 일주일 전에는 “아이 보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뒤 답장을 받지 못함
▪ 친구 A
“소은이는 요즘 예민했어요. 누가 자꾸 따라다닌다고 했어요.
심지어 한강에 가면 항상 누가 먼저 와 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어요.”
▪ 이웃 주민
“밤마다 유모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했어요.
근데… 그건 아기 울음소리가 아니라, 그보다 더 낮고, 끊기는 소리였어요.”
유모차 안에 남은 것
국과수 감식 결과,
유모차의 손잡이에서 소은 씨의 지문 외에도
확인되지 않은 지문 2개가 더 검출되었다.
하나는 여성, 다른 하나는 미등록된 남성 지문으로
어린아이 손바닥 사이즈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유모차 바퀴에서는
강변 흙이 아닌, 흙탕물과 섞인 모래층이 검출되었고,
이는 공원 북쪽, 출입이 통제된 ‘퇴적지 보호구역’의 토양 샘플과 일치했다.
그러나 해당 구역엔 울타리와 CCTV가 설치돼 있어, 일반인은 진입 불가 지역이었다.
아직 거기 있다
이소은과 하율은 지금도 실종 상태다.
그녀의 SNS는 사건 후 비공개로 전환됐고,
사건 전 마지막 게시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요즘은 너무 고요해서 무서울 정도야.
그게 평온이었으면 좋겠는데…
가끔은, 누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1년 뒤, 같은 장소에 또 한 대의 유모차가 버려져 있었다.
이번엔 아무 흔적도, 아무 물건도 없었다.
그저 텅 빈 유모차 하나가,
그 자리에서 조용히 바람을 맞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