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아직 거기야?”
4년 전 사라진 여동생에게서 온 문자.
발신번호는 없었다. 그런데… 목소리는, 그녀였다.
갑작스러운 메시지
2023년 8월 14일 오후 10시 07분.
회사원 윤태진(가명)의 휴대폰으로 문자 하나가 도착한다.
[발신번호 없음]
“오빠, 아직 거기야?”
짧고 평범한 문장. 하지만 태진은 그 순간 숨이 멎는 느낌을 받는다.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2019년 5월 21일 실종된 여동생 윤태은(당시 20세)이었다.
그녀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후,
방 안에 휴대폰과 지갑, 노트북을 남긴 채 사라졌다.
4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의 단서도, 제보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사라진 날과 정확히 같은 시간에
그녀의 말투로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추적할 수 없는 번호
태진은 즉시 통신사와 경찰에 신고했다.
문자의 발신 정보는 ‘번호 없음’.
기지국 기록도 없고, 국제번호나 인터넷 전화 기록도 아니었다.
경찰은 '일회성 내부망 IP 기반 발신'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 방식은 고도의 해킹 기술이나 비인가 장비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후 3일 동안, 태진은 총 5개의 메시지를 더 받는다.
“나 기억나?”
“여긴 조용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정도야.”
“계속 그 자리에 있지?”
“오빠, 나랑 마지막으로 봤던 날 기억해?”
“다시 그 공원에 가줄래?”
마지막 메시지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낯익은 공원 벤치와, 벤치 앞에 세워진 여자의 뒷모습 그림자.
그날 밤, 그 공원
경찰과 함께 사진 속 장소로 이동한 태진은
동네 외곽 작은 근린공원 벤치 앞에서 멈춰 섰다.
그곳은 실종 일주일 전,
태진과 태은이 마지막으로 산책했던 장소였다.
그 벤치에는
누군가 놓고 간 듯한 작은 초코우유 팩,
그리고 곁에 접혀진 종이 쪽지 하나가 있었다.
종이에는 태은의 필체로
“그날 미안했어. 근데 난 그날부터 여길 봤어.”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문제는, 해당 벤치에 설치된 CCTV에는
48시간 동안 아무도 접근한 기록이 없었다는 점.
누가 그 쪽지를, 그 우유를 두고 간 걸까?
여동생의 노트북에 남겨진 것
실종 이후 가족은 태은의 노트북을 계속 보관하고 있었다.
이번 메시지를 계기로 다시 열어본 노트북에서는
숨겨진 암호화된 메모장 파일 하나가 발견되었다.
비밀번호는
태진의 생일.
파일을 열자, 다음과 같은 문장이 반복되어 있었다.
“거울 반대편에 문이 있어.
나는 가끔 그 문을 열 수 있었어.
그리고, 누군가 날 보고 있었어.”
파일의 작성 날짜는
실종 하루 전.
그리고 마지막 저장 시간은,
태은이 사라진 바로 그 시각이었다.
아직 거기에 있다면
태은은 지금도 실종 상태다.
정황상 누군가에 의해 접근당했거나,
의도적으로 사라졌거나,
혹은 무언가를 본 뒤 스스로 사라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문가는 말한다.
“어쩌면 그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계속 누군가에게 보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사람이든, 아니든 말이죠.”
그리고 태진의 휴대폰은
2024년 5월 21일,
실종 5주기 되는 날 밤 자정,
다시 울렸다.
“이제, 네가 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