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도시, 다른 시기, 다른 사람.
하지만 그들은 모두 밤길을 걷다가 사라졌다.
반복되는 실종의 공통점,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조용히 사라진 그들, 단 하나의 공통점
낯선 패턴이 반복되는 밤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는 정체불명의 야간 실종 사건이 종종 발생하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단편적인 정보만 전할 뿐, 이 사건들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뉘앙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건 기록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소름 끼치는 공통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부분 20~30대 여성
퇴근 혹은 귀가 중에 실종
밤 10시~새벽 2시 사이 마지막으로 목격됨
실종 지점은 대체로 조용한 주택가나 외곽 도로
CCTV가 없거나 사각지대에 위치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실종 사건은 서울, 인천, 대구, 부산,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보고되었고, 경찰은 개별 사건으로 분류했지만, 일부 시민들과 민간 수사 커뮤니티는 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았다.
그들은 묻는다.
"이건 정말 단순한 우연일까?"
서로 다른 도시, 같은 실종 방식
아래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유사성을 가진 몇 가지 사례다.
▪ 2015년 인천, 이 모 씨 실종
28세의 회사원 이 모 씨는 야근 후 퇴근하던 길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자취방까지 약 500미터 거리를 남긴 채 연락이 두절되었고,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편의점 근처의 CCTV 영상이었다. 그녀의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밤 11시 58분, 마지막 신호를 송신한 뒤 꺼졌다.
▪ 2018년 전북 군산, 김 모 씨 실종
32세 간호사 김 모 씨는 친구와 식사를 마친 후 혼자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택시에서 내린 뒤 집까지는 걸어서 2분 거리. 그러나 그녀는 끝내 집에 도착하지 않았고, CCTV에는 그녀가 내린 후 사라지는 장면만 남아 있었다. 길에는 별다른 발자국이나 소지품도 없었다.
▪ 2020년 서울 성북구, 조 모 씨 실종
대학원생이던 조 모 씨는 새벽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한 후 귀가 중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집까지는 외진 골목 하나만 지나면 되는 거리였다. 그녀의 실종은 새벽 1시 30분경 발생했고, 신고는 이틀 뒤 지인의 제보로 접수됐다. 그 이후로 그녀의 행방은 미궁 속이다.
이 외에도 유사한 조건을 갖춘 실종 사례는 최소 10건 이상 존재하며, 이들 대부분은 실종 상태로만 분류돼 있고, 어떤 경우에도 범인의 흔적이나 제3자의 개입 증거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사라진 이들의 마지막 메시지
공포를 더욱 키운 것은 피해자 일부가 실종 직전 남긴 이상한 문자와 통화기록이었다.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 혹시 전화 돼?"
"택시 기사님 너무 이상해… 문 잠겼어."
"방금 골목에서 이상한 남자 봤어."
이 메시지들은 단지 불안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독 이러한 기록이 실종 직전 남겨졌다는 점은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선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중 몇 건은 심지어 경찰에 신고 접수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취한 상태로 과민반응을 보인 것 같다”며 별다른 대응 없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후 실종이 확정되면서 뒤늦게 수사가 이루어졌지만,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 있었다.
‘도시 괴담’인가, ‘연쇄 실종’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건들을 ‘밤의 도시 괴담’으로 부르기도 한다. 서로 다른 지역, 다른 시기임에도 묘하게 닮아 있는 실종 방식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은폐된 연쇄 범죄를 떠올리게 한다.
일각에서는 실종자들이 인신매매, 장기 밀매, 종교단체 혹은 조직범죄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언급한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아직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공식 수사에서는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전 주변에 흰색 승합차가 목격되었다는 증언
강제 침입 흔적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구조
특정 시기(9~11월)에 실종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 등
몇 가지 ‘패턴’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실종은 끝이 아니다
실종은 단지 누군가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과 관련된 수많은 관계, 기억, 시간, 그리고 삶이 함께 멈추는 일이다.
가족은 매일 같은 장소를 돌며 흔적을 찾고, 지인들은 수년째 그 날 밤을 곱씹으며 자책한다.
이 실종 사건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그 공통된 패턴은 어떤 형태로든 경고가 되고 있다.
도시는 오늘도 무심하게 불을 밝히지만, 그 어두운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지켜보던 시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